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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일본 음식점이 정말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 도시에서도 초밥집, 라멘집, 이자카야 등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도 많아서 저마다 개성이 있는 게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본 음식을 먹다 보면 가끔 ‘어? 일본에서 먹던 것과 조금 다른데?’ 싶을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음식이 돈가스와 우동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한국식 돈가스를 이제는 문득문득 생각날 만큼 좋아하게 됐습니다. (웃음)
이름은 같은데 모양도 맛도 먹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이번에는 한국에서 직접 먹으며 느낀 점과 일본 음식과의 차이를 돈가스와 우동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본 음식은 인기 만점!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일본 식문화
한국에서 일본 음식은 아주 친숙한 존재입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2025년 1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일본 음식점은 약 19,800곳입니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입니다. (중국 약 63,500곳, 미국 약 26,360곳)

이는 현지에서 ‘일본 음식점’으로 인식되는 가게의 대략적인 수치이며, 모두 일본인이 운영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일본 음식이 이만큼 널리 퍼졌다는 사실은 흥미롭지 않나요?
한국에 살다 보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음악 등 일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일본어 이름을 그대로 쓴 메뉴가 있거나 일본식 플레이팅을 의식한 요리가 나오곤 합니다. 그럴 때면 ‘아, 일본 스타일을 염두에 뒀구나’ 싶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도 일본 음식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거나 조용한 일식집에서 차분히 대화하는 장면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일본 음식이 단순한 ‘외국 음식’을 넘어 하나의 스타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동과 돈가스, 이제는 거의 한국 음식?!
재미있는 점은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 가운데 한국의 식문화에 맞춰 독자적으로 발전한 음식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우동을 ‘우동(うどん)’, とんかつ를 ‘돈까스(とんかす)’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참고로 돈가스의 한글 표준 표기는 ‘돈가스’이지만 식당 간판이나 메뉴판에서는 ‘돈까스’도 자주 보입니다.
일본어 ‘つ’ 발음에 정확히 대응하는 소리가 한국어에 없어서 일본어 ‘톤카츠’가 한국어에서는 ‘돈가스’처럼 불리게 된 듯합니다.
예전에 당시 중학생이던 아내의 조카에게 우동과 돈가스는 일본에서 들어온 음식이고, ‘우동(うどん)’과 ‘돈까스(とんかつ)’라는 이름도 일본어에서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무척 놀라더라고요.
그 아이에게는 그만큼 오래전부터 먹어 온 친숙한 음식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반응을 보면서 일본에서 전해진 음식이 한국의 식문화에 정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일본에서 전해져 한국만의 또 다른 매력이 생기다
돈가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럽의 커틀릿 요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 요리가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고, 다시 한반도로도 전해졌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돈가스가 ‘경양식’ 식당의 대표 메뉴로 널리 퍼졌습니다. 얇고 넓게 편 고기에 소스를 얹어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우동도 한국에서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멸치 육수를 사용하는 ‘가락국수’ 등 한국다운 먹는 방식이 생겨났습니다. 일본의 우동은 20세기 전반에 이미 한반도에서도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가락국수는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같은 음식이 바다를 건너 그 지역만의 맛으로 변해 간다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한국식 돈가스는 얇고 크다! 일본과의 차이
한국식 돈가스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란 건 크기였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커요!
옛날 스타일의 한국식 돈가스는 고기를 얇게 두드려 넓게 편 뒤 튀깁니다. 얇아도 크기가 상당합니다.
부드러운 소스와 푸짐한 한 접시
바삭하게 튀긴 튀김옷 위에 소스가 듬뿍 올라갑니다. 제가 먹었던 돈가스는 일본의 돈가스 소스보다 짠맛이 덜하고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이었습니다.
접시에는 채 썬 양배추와 밥, 수프가 곁들여지고, 가끔은 나폴리탄 스타일의 스파게티나 피클, 김치까지 나옵니다. 말 그대로 이것저것 다 올린 푸짐한 한 접시입니다.
돈가스 자체도 양이 많아서 다 먹고 나면 꽤 배가 부릅니다.

나이프와 포크로 직접 썰어 먹는 스타일
또 다른 특징은 먹는 방법입니다. 일본에서는 돈가스를 미리 잘라서 내는 경우가 많지만, 옛날 스타일의 한국식 돈가스는 한 장 그대로 나와서 나이프와 포크로 직접 썰어 먹습니다.
처음에는 좀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과정도 즐겁습니다. 왠지 양식을 먹는 기분이 들거든요.
돈가스는 이렇게 큰데 밥은 적다?!
놀란 건 돈가스의 크기뿐만이 아닙니다. 밥의 양도 그랬습니다.
많다는 얘기가 아니라, 적다는 얘기예요!
일본에서는 밥을 공기에 넉넉히 담아 주는 곳이 많지만, 한국식 원플레이트 돈가스는 접시 한쪽에 밥이 조금만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지만 돈가스 양이 워낙 많아서 다 먹고 나니 ‘아, 이 정도가 딱 좋구나’ 하고 수긍하게 됐습니다. (웃음)
쌀을 둘러싼 일본과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서는 그리운 논 풍경으로 살펴보는 일본과 한국의 쌀 문화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식 돈가스와 일본식 돈가스를 비교하면
| 비교 항목 | 옛날 스타일의 한국식 | 일본식 |
|---|---|---|
| 고기 | 얇게 두드려 넓게 편다 | 상대적으로 두꺼운 경우가 많다 |
| 소스 | 양식 스타일의 소스를 얹어 낸다 | 돈가스 소스를 취향에 따라 뿌리는 경우가 많다 |
| 먹는 방법 | 나이프와 포크 | 미리 썰어 나온 돈가스를 젓가락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
| 차림 | 밥과 곁들임 반찬을 한 접시에 담는다 | 밥과 된장국 등을 따로 내는 정식 스타일 |
이렇게 비교해 보니 같은 ‘돈가스’라도 꽤 다르죠?
서울 남산에서 먹는 커다란 ‘왕돈가스’
서울에서 한국식 돈가스를 먹는다면 남산 일대도 재미있는 곳입니다. N서울타워로 유명한 남산에는 돈가스 가게가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101번지 남산돈까스(101番地南山とんかつ)입니다. 대표 메뉴는 ‘남산왕돈까스’입니다.
이곳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쇼핑몰 푸드코트 등에서도 볼 수 있는 전국 100개 이상의 매장을 둔 체인의 본점입니다. 가게 이름은 본점 주소인 서울특별시 중구 소파로 101에서 유래했습니다.
한국 식당 메뉴를 보면 가끔 ‘왕’이 붙어 있는 이름이 있습니다. 대개 ‘크다’, ‘특대’라는 뜻으로 쓰이며 ‘왕돈까스’나 ‘왕만두’ 등이 그 예입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도 남산왕돈까스 외에 치즈돈까스, 매운돈까스, 우동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 · 남산본점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소파로 101
교통: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도보 약 15분이 기준입니다.
가격 참고: 남산왕돈까스 13,900원, 치즈돈까스 14,900원(2026년 10월 매장 정보 사이트에 게시된 가격 확인).
101번지 남산돈까스 공식 홈페이지(한국어)
※ 출발 위치에 따라 길과 소요 시간이 달라집니다. 메뉴, 가격, 영업 정보도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최신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
일본식 두툼한 돈가스가 그리울 때
한국식 커다란 돈가스도 정말 좋아하지만, 가끔은 일본의 두툼한 돈가스가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갈 수 있는 곳이 일본식 돈가스를 내는 식당입니다. 한국에서도 서로 다른 스타일의 돈가스를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백소정의 돈가스
일본식 돈가스를 즐길 수 있는 가게 중 하나가 백소정입니다.
등심카츠와 치즈카츠 등을 판매하는 체인점으로 서울에도 여러 매장이 있습니다. 여행하는 지역에 맞춰 찾아보기 편리하죠.

사진은 예전에 먹었을 때 찍은 것입니다. 돈가스는 일본식인데도 밥을 담아내는 방식에서는 어딘가 한국다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백소정 공식 홈페이지(한국어)
※ 매장에 따라 메뉴와 영업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역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 ↓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일본 외식 체인
한국에는 일본에서 익숙한 외식 체인도 진출해 있습니다.
스시로, 마루가메제면, 모스버거, 그리고 코코이찌방야 등등.
한국에 있는 카레하우스 CoCo이찌방야는 아래 글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본식 카레가 그리울 때 참 고마운 곳입니다. 물론 돈가스 카레도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우동은 일본과 어떻게 다를까?
돈가스와 함께 한국에서 먹으면 차이를 느낄 때가 있는 음식이 우동입니다.
생김새는 일본의 우동과 비슷해도 국물을 마셔 보면 ‘어? 익숙한 맛과 좀 다른데?’ 하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멸치 육수를 쓰거나 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만든 우동도 사랑받습니다. 물론 다시마나 가쓰오부시로 국물을 내는 우동도 있어서 가게마다 맛은 다양합니다.
멸치 육수가 특징인 가락국수
한국의 우동 역사를 알아볼 때 흥미로운 음식이 가락국수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식 우동인 가락국수는 멸치 등을 이용해 낸 육수가 특징입니다. 또한 대전역을 중심으로 기차 여행 중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사랑받아 온 역사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많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역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우동이 있죠. 한국에도 비슷한 식문화가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김치우동, 어묵우동도 있어요!
한국에서는 이런 우동도 볼 수 있습니다.
- 김치우동: 김치를 넣어 매콤하고 새콤한 맛이 나는 우동.
- 어묵우동: 어묵이 들어간 우동.
- 가락국수: 멸치 육수 등을 사용하는 한국식 우동 계열 국수.
한국관광공사에서도 김치우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멸치·다시마·가쓰오부시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김치를 더하는 조리법이 실려 있습니다.
매운 우동은 추운 날에 특히 맛있죠. 몸이 금세 따뜻해집니다.
고명으로 튀김(일본인이 생각하는 튀김보다는 프라이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이나 달걀, 때로는 떡이 올라가 한국다운 조합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실제로 먹어 본 우동

겉모습은 일본 우동과 비슷하지만 국물에서는 조금 다른 풍미가 느껴집니다. 일본에서 먹던 맛을 떠올리고 먹으면 살짝 놀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맛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해외 생활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음식 주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한국어
한국 여행에서 직접 먹어 보고 싶은 일본인 독자들을 위해 메뉴판에서 자주 보이는 한국어 이름도 정리했습니다.
| 한국어 | 일본어식 읽기(가타카나 표기) | 뜻 |
|---|---|---|
| 돈가스 / 돈까스 | トンカス | 돈가스 |
| 왕돈까스 | ワントンカス | 커다란 돈가스 |
| 치즈돈까스 | チジュトンカス | 치즈 돈가스 |
| 돈카츠 | トンカチュ | 일본식 돈가스를 의식한 메뉴 이름 등에 쓰이기도 함 |
| 우동 | ウドン | 우동 |
| 김치우동 | キムチウドン | 김치우동 |
| 어묵우동 | オムクウドン | 어묵우동 |
| 가락국수 | カラククス | 한국식 우동 계열 국수 |
주문할 때 음식 이름 뒤에 ‘하나 주세요’를 붙이면 한 개를 달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돈가스 하나 주세요’라고 하면 돈가스 한 개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한국에서 발전한 일본 음식을 즐겨 보세요!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해진 돈가스와 우동. 같은 이름의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양념도 담음새도 먹는 방식도 다를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돈가스나 우동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식으로 바뀐 음식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식 돈가스는 이제 ‘오늘따라 꼭 먹고 싶다’는 날이 주기적으로 찾아올 만큼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커다란 돈가스와 듬뿍 얹힌 소스. 처음에는 놀랐던 적은 밥의 양에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습니다. (웃음)
한국에 올 기회가 있다면 이런 ‘한국식 일본 음식’도 꼭 도전해 보세요. 맛의 차이를 느껴 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고, 음식을 통해 문화의 차이를 체감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한국식의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릅니다.
